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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당연지정제 WMA '서울 선언' 배치

건보 당연지정제 WMA '서울 선언' 배치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9.11.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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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사회 서울총회 1주년 기념
문태준 명예회장 특별인터뷰

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된 G20 정상회담은 한국의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는 행사입니다. 마찬가지로 '의사들의 UN 총회'라 할 수 있는 세계의사회(WMA) 총회를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한 것은 대단히 뜻깊은 일입니다."

WMA 서울 총회는 2008년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국내에서 대성황리에 개최됐다. 서울 총회 당시 모든 행사를 진두지휘한 문태준 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전 보건사회부 장관)은 "아직도 서울 총회의 성공적 개최에 대해 여러 국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며 "올해 WMA 인도 총회에서도 참가 각국으로부터 서울의사회가 역대 최고의 총회였다는 찬사를 공개적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위상 드높인 서울 총회

"서울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세계 여러 나라의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의사들의 값진 공헌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아 우리 의사들의 긍지를 크게 높여주었습니다."

서울 총회는 한국의 국익을 높이고 한국 의사들의 대외적 위상과 대한의사협회의 발언권을 증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는 WMA 회장을 역임한 문태준 명예회장의 치밀한 기획력이 근간이 됐다.

WMA 서울 총회 이후 올해 5월 텔아비브 이사회나 9월 뉴델리 총회에서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 총회 성과를 얘기했고 의협 대표단에 감사를 표시했다.

서울 총회는 대한의사협회가 1949년 세계의사회에 가입한 이래 점차적으로 증대해 온 국제협력 역량을 최대한으로 응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또 이를 계기로 세계의사회 내 위상이 한층 강화되어 2009~2010 이사국으로 재선출됐다.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과 관련한 실무그룹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일례로 처방권 결의문과 관련한 실무그룹은 이미 2008년에 결성됐으나, 아시아 지역 현황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가 2009년 5월부터 추가로 참여하게 됐다. 실무그룹 활동 중간에 새로운 멤버로 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이는 그만큼 한국 의사회의 위상이 증대된 것이라고 풀이된다.

"현재 세계의사회에는 90여개국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1947년 제네바에서 출범 당시에는 구미 선진국 의사회를 주축으로 구성돼 의사윤리 문제를 주로 논의했지만 요즘에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참여해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의료제도·경제상황 속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폭넓은 의제에 대한 다양한 나라의 의견을 종합해서 세계 전체 의사들의 나아갈 길과 우리가 봉사하는 환자들의 복리를 지켜나가는 데 앞장서고 있는 조직이 세계의사회입니다."

'서울 선언'의 재발견…홍보·실천 급선무

특히 서울 총회에서는 '의사의 직업적 자율과 임상적 독립에 관한 서울 선언'(이하 서울 선언)이 채택됐다. 문 명예회장은 "서울 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은 세계의 많은 의사들이 이 선언을 의사로서의 지켜야 할 기본 원칙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호주의사회의 경우 서울 선언이 의사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지침이 되는 선언이라고 판단해 올해 3월 호주의사회 정책으로 다시 한번 채택한 뒤 회원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는 등 실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선언의 뜻과 내용에 대해 홍보가 많이 안 되어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 대열에 속하는 한국에서 의사의 직업적 자율이 얼마나 많이 훼손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데 말이지요. 잘못된 상황을 시정하지 않으면 우리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서울 선언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환자·의사가 본격적으로 연구할 단계에 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직업적 자율과 임상적 독립에 관한 서울 선언'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제3자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아선 안 된다는 점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서울 선언'에 못미치는 한국 의료 현실

문 명예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서울 선언에 위반되는 사실을 지적해 나갔다. 구체적으로 ▲성분명 처방 및 대체조제 ▲진료거부죄 처벌규정 ▲태아성감별행위 처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임의비급여 불인정 급여체계 ▲처방일수 제한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규정 신설 움직임 ▲행정기관의 보고·검사 명령에 의한 자율성 침해 ▲진료기록 작성 방법에 의한 자율성 침해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 및 급여비용의 가감지급 규정 ▲차등수가제 등이다.

"우리나라의 현실 가운데 서울 선언에 위반되고 있는 것을 조사해보면 너무나 많아 참 불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이렇게 불합리한 환경 속에서 의사들이 지금까지 버텨왔는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진료거부죄 처벌규정과 관련해 문 명예회장은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선발후진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다"며 "적당한 경우에 환자를 거부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역시 보건의료 체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정부 및 관료에 의한 부당한 규제는 환자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환자가 부적절한 치료를 요구한다면 의사는 이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해 이익이죠. 이는 의사의 전문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보장돼야 합니다."

환자가 주사를 놔달라고 지나치게 요구하는 경우도 의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환자가 치료행위에 대해 의견을 내고 의사와 협의해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주사를 안 놔주면 치료를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하고 의사에게 필요 이상의 행위를 강요하는 건 절대 안 될 말이죠."

그는 행정기관의 불필요한 보고·검사 명령에 의한 자율성 침해 문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 관료들은 의사와 의료를 규제하는 데 치중하고 있어요. 신종플루 대처만 보더라도 의학적 지식이 있다면 정부 정책이 잘못됐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관료들은 앉아서 관리만 하려고 하지 실제로 효과적인 대처를 못해 참 안타깝습니다."

임의비급여 불인정 급여체계도 한국 의료계를 뒤흔들고 있는 고질적인 예다. 현행법 체계상 비급여 대상을 제외한 경우 모두 급여대상이라고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대상에 대해 심사기준이라는 명분으로 제한을 가해 의사가 청구할 수도 없고 환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도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처방일수 제한도 중복투약일수 30일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되는 약제비용 부담을 의료기관에 전가해 약제비 환수로 처리함으로써 의사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고 문 명예회장은 강조했다.

최근에는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의 근거 규정을 신설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급여기준을 벗어난 처방에 대해 해당 원외처방약제비를 처방 의료기관의 진찰료에서 환수할 수 있는 근거를 두겠다는 것인데, 이는 실제 약값을 받지도 않은 의료기관에 비용을 전가시키는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문 명예회장은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 및 급여비용의 가감지급 규정도 의사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의사의 의료 지식과 경험에 따라 환자 개개인의 상태별로 치료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료서비스의 특성을 무시하고 적정성 평가를 바탕으로 진료비를 일률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의사의 소신진료를 저해하고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됩니다."

또한 차등수가제를 통해 의사 1인당 1일 진찰횟수에 따라 75건을 초과하는 경우 진찰료를 차등지급하는 것은 동일한 의료원가 투입과 진료위험 부담에 대한 적정보상을 저해함으로써 진료를 왜곡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문 명예회장은 밝혔다.

그는 "의사의 숙련도 및 진료시간에 따라 적정진료 환자 수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간과한 불합리한 제도"라고 못박았다.

'서울 선언' 한국 의료의 지향점

비록 서울 선언의 산파 역할을 담당한 한국이 정작 의료현실에서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낙담만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서울 선언이야말로 우리나라 의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고 우리가 올라야 할 정상까지 안내하는 지도와 같은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 명예회장은 서울 선언에서 의사의 직업적 자율과 임상적 독립을 강조한 것은 불필요한 간섭을 해선 안 된다는 정치인·관료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의사들의 조언과 경고에도 불구라고 의료환경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서울 선언에 대한 참뜻을 이해하고 지키고 고쳐나가지 않으면 우리의 의료환경에 재앙이 올 것입니다.

정부가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 및 치료 대책에서 비합리적이고 애매모호하고 행정편의적인 방향으로 의사들에 대해 명령만 하려 해선 안 됩니다."

문 명예회장은 10만 의사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잘못된 것은 소리 높이 지적하고 고치도록 항거하거나 설득하는 노력을 10만 의사가 함께 나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이 의사의 자율성을 지켜주리라고 믿지 마세요.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특히 개도국이 많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의사회가 모인 시마오 회원국 전체가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학계 지도자들의 책임이 큽니다. 시마오 등 국제기구를 통해서 서울 선언의 취지를 확대하는데 공동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문 명예회장은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30여년간 세계의사회에 활발히 참여해 발언권을 높이고 각국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그만큼 책임도 크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한국이 새로운 입장에서 적절하고 필요한 발언과 조언을 할 기회를 증대해야 합니다. 의협 회원 전체가 국제단체에 활발히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며 우리 국익과 의사의 권리 증대에 정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고 필요한 의견을 적극 개진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한국 의료현실에서 의사의 직업적 자율과 임상적 독립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

·성분명 처방 및 대체조제
·진료거부죄 처벌 규정
·태아 성감별행위 처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임의 비급여 불인정 급여체계
·처방일수 제한
·원외처방 약제비
·행정기관의 보고·검사 명령
·진료기록 작성 방법에 의한 자율성 침해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 및 급여비용의 가감지급 규정
·차등수가제

 

'서울 선언'은 세계의사회 대표 정책

'의사의 직업적 자율과 임상적 독립에 관한 서울 선언'은 2008년 10월에 열린 WMA 서울 총회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선언'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제3자로부터 어떠한 불필요한 간섭과 영향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WMA에서는 1986년 '의사의 독립과 직업적 자유에 대한 선언'을 채택한 데 이어 이를 좀 더 보완해 1987년 '직업적 자율과 자율규제에 대한 마드리드 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20여년 간 변화된 의료계 현실과 의사들이 처한 상황을 현실감 있게 반영하고 환자를 위한 의사의 임상적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천명하기 위해 2007년 WMA 코펜하겐 총회에서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개정 과정에서 '자율규제' 부분과 '직업적 자율 및 임상적 독립성' 부분을 별개의 선언문으로 분리하여 다루게 됐고, 이 중 '직업적 자율 및 임상적 독립성'을 다룬 선언문이 2008년 서울 총회에서 통과됨으로써 개최지 이름을 따 '서울 선언'으로 명명됐다.

나머지 '자율규제' 부분은 원래의 '마드리드 선언'을 유지하는 형태로 올해 뉴델리 총회에서 개정안이 채택됐다. '서울 선언'은 의사의 기본 윤리선언인 '제네바 선언' 및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 관한 윤리를 다루고 있는 '헬싱키 선언'과 더불어 세계의사회 3대 정책으로 분류될 만큼 의사들에게 시사하는 중요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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